시설관리권 vs 인적관리권

 

정보만 대리 : 팀장님. 이거 어쩌죠? 방금 전 전화를 받았는데, 저희 구미 공장에서 사고가 났다고 합니다.
이노무 팀장 : 뭐야? 어쩌다가?
정보만 대리 : 하청 근로자인데.. 좀 심하게 다쳐서 병원으로 이송 중이라고 합니다.
이노무 팀장 : 이거 어쩌나.. 우리 사업장에서 사고가 났으니 면밀히 주시하자구. 공장장이랑도 연락해봤어?
정보만 대리 : 네 공장장과 통화를 했는데...
이노무 팀장 : 했는데... 뭐??
정보만 대리 : 하청 사업주에서는 아무런 조치나 대응을 하고 있지 않다고 합니다.
이노무 팀장 : 그야 당연하지! 우리 사업장에서 난 사고니까 우리가 다 책임을 져야지!
정보만 대리 : 그..그런가요?
구노무사      : 잠깐만요!! 사고가 난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 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 조치 의무는 사업주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성립하는 경우에 적용이 됩니다. 따라서, 우리 사업장에서 난 사고라 할 지라도, 하청 사업장이 이번 사건에서 면책이 되지 않습니다.

 

1. 시설관리권과 인적관리권의 의미

먼저 시설관리권이란 법륙적인 용어는 아니며, 관용어로서 근로자의 노동기본권에 대응해 사용자가 가지는 경영권의 일환으로 소유권 내지 점유권에서 파생되는 권리로 물건 등의 관리 이용에 관한 권리를 뜻하며, 통상 사무실 및 공장의 경우 그 장소 일대, 기계의 경우 해당 기계 등에 대한 관리권을 말합니다.

 

인적관리권이란 사용자로서 근로자에 대한 지휘감독권과 동일한 의미로, 근로기준법에서 정하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법률관계를 나타내는 용어입니다. 불법파견 문제, 해고 문제 등 많은 노동법 관련 문제에서 사용자의 지휘감독권이 있는지 여부가 핵심 요소입니다.

 

2.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 의무 주체

그렇다면,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하는 사업주로서 안전조치의 의무는 누가 지는걸까요?

바로 인적관리권 즉, 실질적인 고용관계(지휘감독 관계)에 있는 사람 등이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안전조치 의무를 지게 됩니다.

 

따라서, 기계 기구, 폭발성, 발화성, 인화성 물질의 관리, 전기나 열 등 에너지 관리에 대한 산업재해 예방 조치를 하여야 하며, 추락위험 장소, 붕괴 우려 장소 등 위험요소가 있는 장소에 대한 산업재해 예방 조치도 하여야 합니다.

 

다만, 주의해야할 점은 아무리 실질적인 고용관계에 놓여 있다고 하더라도, 도급관계가 있는 경우에는 그 도급관계에서 도급인(원청)은 관계수급인(하청 및 재하청 등)의 근로자가 도급인(원청)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는 산재 예방을 위한 안전 및 보건 시설의 설치 등 안전조치와 보건조치를 하여야 합니다(하청 사업주 의무와는 별도로).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안전조치)
① 사업주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위험으로 인한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1. 기계 기구, 그 밖의 설비에 의한 위험
 2. 폭발성, 발화성 및 인화성 물질 들에 의한 위험
 3. 전기, 열, 그 밖의 에너지에 의한 위험
② (생략)
③ 사업주는 근로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1.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
 2. 토사 구축물 등이 붕괴할 우려가 있는 장소
 3. 물체가 떨어지거나 날아올 위험이 있는 장소
 4. 천재지변으로 인한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장소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도급인의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도급인은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 자신의 근로자와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안전 및 보건 시설의 설치 등 필요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하여야 한다. 다만, 보호구 착용의 지시 등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는 제외한다.

 

3. 대상 판결(대법 2021도11288, 선고일자 : 2022.7.28.) 요약

(1)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의 의무는 근로자를 사용하여 사업을 행하는 사업주가 부담하여야 하는 재해방지의무로서 사업주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성립하는 경우에 적용됨.

 

(2) 사업주가 고용한 근로자가 타인의 사업장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경우, 그 작업장을 사업주가 직접 관리 및 통제하지 않는다하여 사업주의 재해발생 방지의무가 당연히 부정(면책)되는 것이 아님.

 

(3) 따라서, 사업주가 재해발생의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안전조치 등이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정을 알면서 방치하는 등의 경우에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될 수 있음.

 

(4) 다만, 해당 도급이 실질적으로 근로자파견관계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도급인(원청)이 실질적인 고용관계로서 그 책임이 있다고 할 것임.

 

4. 판결의 의미

최근 대법원 판결은,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안전 등 조치 의무가 실질적 고용관계에 있는 사업주라는 논리를 재확인 한 것으로, 고등법원까지 이와 다르게 판단한 사안에 대해 법리적으로 보다 명확하게 정리한 판결이라 할 수 있습니다.

 

즉, 시설관리권과 인적관리권은 엄연히 구분되어져야하고, 시설관리권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사업주로서의 의무가 배제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하였습니다.

 

따라서, 형식적으로는 도급관계지만 실질적으로는 파견관계인 경우가 아닌한, 진성도급의 경우에는 피재근로자(재해를 입은 근로자)의 실질적인 사업주가 하청 사업주라면, 해당 하청 사업주는 안전보건 의무를 다 해야할 것입니다.

 

5. 기타 알아두면 좋은 내용

사안에 따라서는 시설관리권을 가진 원청의 경우에도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책임을 질 수가 있습니다(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 바로, 시설관리권 하에 있는 사업장에 대한 안전조치 의무를 다 하지 않은 경우인데요.

 

아무리 인적관리권을 가진 하청의 책임이 크다 할 수 있지만, 근로자가 직접 일을 하는 작업장 내 시설에 대한 안전 조치가 사전에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라면, 원청 회사 역시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산업안전은 원청과 하청 나눌 것 없이,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주라면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부족함 없이 안전조치를 다 해야 할 것입니다.

 

안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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